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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실

한국어 화용론 함축의 정의와 격률

by ☆★○☆★ 2020. 4. 29.


오늘의 주제는 "함축"입니다.


1. 함축의 정의

우리는 대화 상황에서 청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문장의 내용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돌려서 다른 표현으로 전하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논의한 간접 발화 행위도 그러한 표현 가운데 하나이다. 

발화를 할 때 그 내용이 문장 표현의 의미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말해진 것’이라고 한다면, 그 문장의 표현 의미와는 다르게 화자가 의도하는 바를 전하는 것을 ‘암시된 것’이라 하는데, 이 때 문장의 발화에 의하여 암시된 내용을 함축(含蓄)이라 한다. 곧 함축이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문장으로 실제 발화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발화 속에 암시되어 있는 명제를 가리킨다. 함축은 관습적 함축(慣習的 含蓄)과 대화적 함축(對話的 含蓄)으로 나눌 수 있다. 관습적 함축은 발화 문장에 사용된 단어의 관습적 자질에 의해서 전달되는 함축을 일컫는 말이다.


(11) 철수가 운전했던들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11)에서는 ‘철수가 운전하지 않았음’을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연결 어미‘-던들’이 항상 그것과 결합된 문장의 명제 내용과는 상반된 진리조건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 ‘-던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관습적 의미라고 한다. 


(12) ㄱ. 이 문제는 영수가 풀어도 풀 수 없다. 

     ㄴ. 이 문제는 영수가 풀어고 풀 수 있다.


(12ㄱ)은 ‘영수는 어지간한 문제는 모두 풀 수 있는 능력자’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12ㄴ)은 반대로 ‘영수는 보통 문제도 풀 수 없는 열등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미를 함축하는 것은 ‘-어도’가 가지고 있는 ‘극성(極性)이라는 관습적 의미 때문이다. 

대화적 함축은 특정한 담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함축을 일컫는데, 이것은 담화의 일반적인 원칙과 관련이 깊다. 담화라는 것은 화자와 청자가 의사를 주고 받는 협력 행위이기 때문에 담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담화 참여자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이것을 협력의 원리라고 한다.  협력의 원리는 ‘자신의 대화상의 발화가 대화의 목적이나 방향에 의해 요구되는 대로 제때에 대화에 기여하게 하라’는 원리이다. 이 일반 원칙 밑에 네 가지 대화상의 격률(格律)을 두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3) 대화의 격률

  ㄱ. 양(量)의 격률

  (ㄱ) 현재 대화상의 목적에 요구되는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라. 

  (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 

  ㄴ. 질(質)의 격률: 제공하는 정보가 참된 것이 되도록 하라. 

  (ㄱ) 거짓이라고 믿는 것은 말하지 말라.

  (ㄴ) 적절한 증거가 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 

  ㄷ. 관계의 격률: 관련성이 있게 하라.

  ㄹ. 태도의 격률: 분명하게 하라. 

  (ㄱ) 모호한 표현을 피하라.

  (ㄴ) 중의성을 피하라. 

  (ㄷ) 간결하게 하라.

  (ㄹ) 순서에 맞게 하라. 


대화적 함축은 마땅히 지켜야 할 위의 격률을 화자가 의도적이거나 의도적이 아니거나 간에 지키지 않음으로 해서 청자로 하여금 함축된 의미를 추론하게 하여 만들어진다. 


(14) A. 어제밤에 지원이 만났어?

     B. 응, 용인에 있는 별장에서 함께 있다 왔어. 


여기에서 A의 물음에 B가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의 양의 격률을 위반하고 있다. 그러나 B는 이러한 대답을 통해서 자신과 지원이가 특별한 관계에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15) A. 일요일인데 출근하셨군요?

       B. 집에 있으려니까 답답해서요. 


여기에서는 밀린 업무가 많아서 출근한 B가 위와 같이 말한 것을 듣고 A는 B가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참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질의 격률을 B가 어김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함축이다. 


(16) A. 회사 형편은 어떻습니까?

     B. 차나 드시지요.


(16)의 B의 대답에는 회사 사정을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럴 때 듣는 사람은 B의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가 보다는 생각도 함께 할 것이다. 이는 관계의 격률을 어긴 대화이다. 대화적 함축은 이와 같이 협력의 원리를 어긴 화자의 발화와 청자의 추론 과정을 통하여 얻어지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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